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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상남도

지리산 일몰 그리고 하늘가득한 별

 

 2008년 10월 20일, 지리산을 갑니다. 21일날 칠선계곡을 예약해놓고 지리산을 향합니다. 아침 8시 20분 동서울터미널에서 지리산 백무동 계곡을 향하는 버스를 타고 출발합니다. 백무동 계곡에 도착하니 12시 30분 경, 산행을 시작합니다. 칠선계곡 산행은 21일 아침 7시 천왕봉에서 시작하니, 이날 장터목까지 올라야합니다.

백무동에서 장터목까지는 5.8km, 지리산의 환한 단풍을 보며 천천히 오릅니다.

 등산로를 들어서니, 낙엽이 가득합니다. 지리산에는 가을이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올라설 때마다 단풍은 색깔을 바꾸며, 환한 미소를 지어줍니다.

 

 백무동 계곡에서 1.8km 오르면 만나게 되는 하동바위, 해발 900m, 이름이 왜 하동바위일까? 생각해봅니다.

바위가 하동 지방 방향을 바라보고 서 있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붙었다고 하기도 하고, 1643년 8월 23일 이곳을 지나간 구당 박장원은 <유두류산기>에 동행한 스님의 얘기를 빌어 "옛날 하동군수가 이곳에 이르러 비를 만나 길을 잃고 헤맸기 때문에 이 바위를 그렇게 부른다"고 적고 있다고 합니다.

 하동바위에서 800m를 더 오르면 만나게 되는 참샘에서 바라보는 등산로

참샘에서는 물이 졸졸 흐릅니다. 내려오시던 등산객이 말하길, 장터목에 식수가 충분치 않으니 이곳에서 물을 떠 가라고 말씀하시네요

이곳에서 다리도 펴고, 늦은 점심도 먹고, 가을 하늘도 바라보고.. 산 속에 있으니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1312m의 소지봉을 지나니 하늘이 열리고 능선이 보입니다. 날씨가 가문 탓에 단풍들이 채 물들기도 전에 시들어 떨어집니다. 비가 조금 와야할 텐데..

능선 상에 장터목 산장이 보입니다. 저 곳이 오늘 가야 할 곳입니다.

 장터목 산장- 아직은 멀리 보이지만 이렇게 보이기만 하여도 좋습니다. ㅎ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멀리 노고단도 보이고..

 드뎌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산행을 할 때에 너무나 고마운 대피소입니다. 덕분에 이번 산행은 매트리스나 침낭을 빼고 짐을 조금 가볍게 했지요.

대피소에서 담요를 빌려주기 때문이지요. 이곳에 장터목이라 이름이 붙은 것은 이곳에 장이 열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리산은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에 걸쳐 있는 산이지요. 뱀사골 계곡에서 올라서는 화개재에서도 장이 열렸다고 하지요. 산을 중심으로 다른 생활권으로 나뉘어진 사람들이 산을 올라 만나지는 이곳에서 장을 열었나봅니다.

참고로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은 이곳 지리산이라고 합니다. 1967년 12월 29일에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장터목에서 바라보니 지리산 능선과 봉우리들이 펼쳐집니다. 멀리 반야봉도 보인다고 하는데, 어느 봉우리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네요.

 푸르른 가을 하늘과 흰구름.. 바람은 살~랑 불고..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온통 뿌옇고, 안개가 심하더니, 산은 다릅니다.

청명함과 맑은 기운이 가득한 하늘입니다.

 지리산의 봉우리 위로 해넘이가 시작됩니다.

 산을 일찍 오르니 이런 기쁨이 있네요. 지리 10경 중의 하나인 반야 낙조를 보러 오른 적이 있었지요. 늘 욕심만 앞서고, 산에서는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천왕 일출을 보러 천왕봉을 오르면, 가득한 안개와 비를 보고, 반야 낙조를 보러 반야봉을 오르면, 뿌연 하늘과 구름만 보고 내려오곤 했지요. ㅠㅠ

이번에는 아무 생각없이 올랐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일몰을 보게 됩니다. 장터목에서 바라보는 일몰도 반야낙조에 견줄만하지 않을까하고 혼자 생각해봅니다.

 

 구름 사이로 해가 지기 시작합니다.

 

 

 

 구름이 있으면, 있는데로, 해지는 산은 또 다른 빛깔로 다가옵니다.

 

 

 구름 사이로 해는 얼굴을 가리고..

 

 멀리 아쉬운 해가 하루를 마감합니다.

 해가 지고..  잔잔한 아쉬움들이 밀려오는 시간입니다.

저녁을 먹고, 따스한 차 한잔 하고..

 차를 마시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수많은 별들이 제 머리 위에 반짝입니다. 은하수가 하늘에 가득하고..(너무 멀어서 카메라 렌즈에는 잘 잡히지 않네요)  별똥별이 하나 둘 떨어지고...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윤동주님의 별헤는 밤이 저절로 떠오르는 밤입니다.

 

삼각대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아쉬운 밤입니다.

접사용 조그만 삼각대로 찍어보는 별 사진입니다.

저녁 7시 반부터 9시까지 1시간 반동안 찍은 사진을 한장으로 붙여보았지요.

한시간 반동안 별은 보이는 직선거리만큼 이동을 한것이지요.

작은 삼각대가 바람이 불 때 흔들린 탓에

중간 중간 선에서 벗어난 별이 보이기도 합니다.

대피소는 8시에 소등을 하고, 취사장에서 떠드는 소리도 잦아드는 시간.

다음 날을 위해 자야 할 시간입니다.(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거든요) 

산 속의 맑은 공기 마시며 푹 자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