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3-4일, 성급하게 설악 단풍을 맞이하러 갑니다. 설악의 공룡(?)을 보러 갑니다.
공룡 능선에서 바라본 설악의 모습- 단풍과 깍아지른 절벽과 둘러선 봉우리들..
공룡능선의 아침 모습- 설악의 아침은 안개에 쌓여 있습니다. 제 모습을 다 허락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보여줍니다.
안개가 걷히고 나니 설악은 웅장한 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단풍은 이제 막 시작인 듯 합니다. 이번 주 쯤이 절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새벽 6시 25분. 동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는 속초에 10시쯤 우리를 내려주고, 돌아가는 차표를 미리 끊고,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 시작 시간은 거의 12시가 다 되어갑니다. 신흥사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신흥사 일주문- 연휴라 그런지 산은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걷습니다. 신흥사에서 비선대까지는 숨고르기의 시작입니다.
신흥사 통일 대불-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대불(석가모니불)입니다. 이곳을 보니 지난 설악산 산행이 생각이 납니다.
6,7년 전쯤 설악산을 오를 때 무박 산행을 하였지요. 오색에서 시작하여 대청, 중청, 희운각 대피소, 천불동 계곡, 비선대, 이곳 신흥사로 이어지는 산행이었는데, 그때도 10월의 연휴였던지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대청에서 일출을 보지도 못하였지요. 어두운 밤,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가다 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몸은 얼어가고.. 하산길도 어찌나 사람들이 많던지.. 거기다 일행 중에 환자가 생기고.. 이곳 대불 앞에 섰을 때 안도감을 느꼈지요.ㅋ 산은 오르기도 어렵고, 또한 내려오기도 어렵다라고 느낀 하루였지요.
이 대불은 높이 14.6m, 좌대높이 4.3m, 좌대 직경 13m, 광배높이 17.5m, 광배폭 14m이며 좌대에는 통일을 기원하는 16나한상을 조각하였다고 합니다.
총 108톤의 청동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신흥사를 지나 비선대로 오르는 길
계곡물이 어찌나 맑은지... 오후의 햇살에 한없이 투명해지는 계곡입니다.
드디어 비선대의 모습입니다.
비선대 아래에 있는 와선대에 누워서 경치를 감상하던 마고선이 이곳에서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여 비선대라고 이름붙여진 곳이지요.
설악의 진면목을 여기서부터 보여줍니다.
비선대 아래의 계곡
계곡을 향해 내려오는 바위들이 주름치마를 입은 듯 합니다. 비선대 아래는 이런 소와 담이 모여 있고, 그 사이를 물이 흘러내립니다.
이 물에 제 마음을 비춰보면 제 마음이 다 보일 듯...
비선대를 지나 금강굴쪽으로 오르는 길에 만난 암벽 등반하시는 분들.
깎아지르는 절벽을 올려보기만해도 아찔한데 저곳을 어찌 오르시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금강굴을 오르기 전에 전망대가 있지요. 그곳에서 바라본 설악산 능선의 모습입니다. 설악의 모습은 금강산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어디쯤이 세존봉일까? 우리가 가야할 봉우리는 어디쯤일까? 생각해봅니다.
암벽 중간에 동그랗게 뚫린 굴이 보이시지요? 그곳이 금강굴입니다. 비선대 뒤 미륵봉 중턱에 뚫려 있는 길이 18m의 자연 석굴을 금강굴이라 하며 일찍이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했었다고 합니다. 이전에 불을 땠던 구들의 흔적과 불상 등의 유물이 있었다고 합니다.
다음 날 아침, 설악산 공룡 능선- 안개에 푹 쌓여 있습니다. 아침 이야기 전에 전날 저녁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비선대에서 마등령까지 3.5km, 오르고 또 오르는 길이지요.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 올라야 할 계단이나 돌의 높이가 높은 탓에 무척 힘이 들었지요.
거기다 비박을 위한 침낭에 메트리스, 이틀 동안 산행을 위한 먹거리들. 배낭의 무게가 만만치 않은 탓에 다른 때보다 훨씬 힘들었지요.
특히 제 친구는 20kg(제 생각으로)쯤 되는 배낭을 지고 엄청 고생했지요. 거기다 제 삼각대까지 들어주기도 하고... 어쨌든 거의 기어오르다시피하여 마등령에 올랐지요. 그리고 어두워지기 직전에 저녁을 먹고 메트리스 깔고 침낭에 들어갔지요. 처음 해본 비박이었지요. 머리 위로는 나뭇잎들이 흔들거리고, 하늘에는 별이 보이는 곳에 누워 김광석의 음악을 조그맣게 틀어놓았지요.
마음 속에 있던 오래된 잡동사니들이 일제히 절그럭거리고, 길 위의 기억들은 희미해지는 시간입니다. 구름들이 몰려왔다 가는 시간이었지요. 그리고 마음 속에 무엇인가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지요. 따스한 침낭의 온기에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별 사진을 찍겠다고 삼각대까지 가지고 오른 길인데, 새벽녘까지 꿈처럼 잠을 잤지요. 그리하여 새벽녘에는 이렇게 안개가 가득하여 별 사진이 없답니다. ㅎ
안개가 걷히고 설악은 제 모습을 조금씩 보여줍니다. 오르다 돌아보니 지나온 길이 보입니다.
1257봉의 모습입니다. 저렇게 깎아지른 절벽을 바위 틈에 발 디딜 자리를 찾아 사람들은 오릅니다. 제 모습이 보이시나요?
물론 제 모습은 없습니다. 언니들이 올라갈 만 하다고 하였지만, 봉우리 아래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모습 보며, 친구가 다녀오기를 기다렸지요.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충분합니다. 공룡능선이 안개가 걷히며, 햇살을 받으며,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공룡능선은 이런 봉우리들을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능선길 종주는 보통 경치를 보며 슬슬~ 걷는다 생각하는데, 이곳은 그런 생각을 했다가는 큰코 다칠 듯 합니다.
오르락, 내리락이 심하여 상당히 힘이 드는 구간입니다. 마등령에서 휘운각 대피소까지의 5.1km의 구간 대부분이 오르락, 내리락에, 돌길이 많아 조심, 조심하여야 할 듯 합니다.
능선 부근은 단풍이 완연합니다.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을 보며 걷습니다.
하늘은 파랗고, 단풍은 위에서부터 물들기 시작하니... 완연한 가을입니다.
오른쪽 아래보면 사람들이 보이시지요? 조금 전에 제가 지나온 길입니다. 바위에 박아놓은 철봉을 붙들고 내려왔었지요. 길은 좁은데 올라가는 사람들, 내려오는 사람들..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도 몇 년전 산행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먼저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한참씩 정체 되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사람들이 서로 먼저 양보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누군가가 "저기 붉은 색 옷 입은 언니까지 보내고 이쪽에서 가겠습니다"라고 교통정리를 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그 말에 따라줍니다.
기다리며 한 템포 쉬어가는 여유가 생긴 듯 합니다.
어느 순간 바다쪽으로도 활짝 열렸습니다. 조금 뿌옇기는 하지만, 동해바다가 보입니다. 멀리 울산바위도 얼굴을 내밀었네요.
계곡을 향해서 단풍을 달리기를 하고, 설악의 봉우리들은 그 사이에서 제 얼굴을 뽑냅니다.
공룡능선의 모습
공룡능선은 마치 봉우리가 거대한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요. 공룡의 등뼈처럼 느껴지시나요?
공룡능선 상에서 휘운각 대피소 전에 양폭대피소로 빠지는 길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점심은 양폭대피소에서 먹기로 합니다.
하산 하는 길. 멀게만 보이던 단풍들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햇살이 환하게 비춰준다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배우처럼 단풍은 빛이 날 터인데.. 하늘이 흐려지기만 합니다. 카메라에 그 느낌을 다 담지 못한다면 마음에, 담아두어야겠지요^^
붉은 단풍은 아니지만, 노랗게 물든 단풍사이로 난 길은 운치가 있습니다. 이것이 가을 산이로구나~ 하고 느끼게 됩니다.
천불동 계곡의 모습입니다. 단풍과 계곡이 어우러져 또 다른 모습입니다.
양폭대피소를 향해 가다 만난 폭포- 천당폭포였는지.. 양폭포였는지.. 음폭포였는지... 잊어버렸네요. ㅠㅠ
이 폭포를 조금 지나 양폭대피소에서 점심을 먹었지요. 조금씩 내리던 비는 점점 빗줄기가 굵어져서 대피소에서 점심을 비에 말아먹었지요. ㅋㅋ
비 속에 먹는 점심도 괜찮았지요. ㅎ
양폭 대피소는 설악산에서 가장 먼저 생긴 대피소로 사전 예약제를 실시하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 양폭대피소를 오기전 ,30m 정도 전에, 음폭포와 이웃하고 있는 양폭포와 만나게 되는데, 밑의 오련폭포와 바로 위의 천당폭포 중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양폭포는 겉으로 드러나 있다고 하여 양폭포이고, 음폭포는 음폭골 내부에 가려져 있다고 하여 음폭포라 불리운다고 합니다. . 현재는 양폭포라는 말보다 줄임말인 양폭이라는 말이 더 널리 쓰이고 있는데, 그 의미가 폭포를 포함한 주변일대를 가리키는 말로 변화되었다고 합니다.
반나절 코스로 단풍을 즐기려면 비선대에서 양폭까지 오르는 길을 추천하고 싶어집니다. 천불동 계곡의 아름다움까지 어우러져 자꾸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천불동 계곡은 철계단 길을 잘 정비해놓아 오히려 산행하기에 좋습니다. 계곡의 모습에 정신을 뺏겨 자꾸 일행을 놓치게 됩니다. 아쉽게도 비가 와서 사진은 많지 않습니다. 귀면암을 지나 비선대로 내려오는 길.. 사랑스러운 길입니다. 오래도록 이런 모습들 지켜가야 할텐데... 걱정도 조금 됩니다.
귀면암에서 찍은 등산안내도입니다.
신흥사에서 비선대- 마등령- 공룡능선- 양폭대피소- 귀면암- 비선대- 신흥사로 원점회귀하는 코스였습니다.
약 18km 정도 되는 거리를 산을 즐기며 1박 2일간 천천히 다녀왔습니다.
가을 산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품고 있습니다.
일상을 내려놓고, 가을 숲으로 떠나보는 하루.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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