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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꽃 곽성숙 시인

어머니의 바다-순천만 거차해변 이른 아침 바다에 섰습니다 수많은 그물들 사이로, 뻘배를 타고 이리저리 지나다니시는 어르신의 모습에 발걸음을 멈춥니다. 어머니의 바다/차꽃 곽성숙 바다의 생명줄처럼 40년 어머니의 곁을 떠나지 못한 생명배가 이른 아침 햇살에 눈부십니다 널빤지로 만든 작은 탈 것, 널배는 어머니의 바다집입니다 길이 2미터, 폭 50센티 미터 자식을 키우기 위해 찬바람이 불면 참꼬막과 낙지를 잡는 작은 집, 널배는 어머니의 작은 고깃배, 왼쪽에 무릎똬리, 오른발은 뻘에 담고 한겨울 갯벌에서 꼬막을 캐십니다 한 다리는 바다를 밀고 한 다리는 지구의 중심을 잡습니다 널배는 가족의 밥줄이고 밥그릇입니다 널배는 서로를 지키는 애잔한 연인입니다 널배는 어머니의 끈끈한 동지입니다 -내가 이제 그만 두믄 저것이 울어댈거여. 널배, 저것.. 더보기
시간, 파도 그리고 기다림... 침묵 여자만이 보이는 고흥 바닷가에서 폐선을 보았다 무연하게 배를 내려다보는 절벽 뒤로 막 피어난 연분홍빛 진달래는 햇살에 눈부시다 낡아 쓸모없음은 얼마나 서글픈 것인가 산산한 아침이다 작은 바닷가 길 쪽으로 밀려난 모래 위에서 할 일을 마친 낡은 배는 웅크리고 있다 눈물도 말라 바스락대는 그의 기다림으로 바다는 사무치다 나를 떠나던 그의 길도 좁고 어두웠다 다행히 길은 하도 좁아 비껴날리 없으니 얼마든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아무리 늦어도 꼭 들어오는 그였다 하염없이 기다리면서도 전혀 지치거나 불안하지 않은 좁은 길, 이렇게 안전한 기다림이란, 얼마나 누릴만한 슬픔인 것인가 웅크린 배의 기다림이 그러하기를, 사무친 침묵이 봄빛처럼 요란하기를, -차꽃 곽성숙님의 시입니다. 사진 한장을 보냈습니다. 시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