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바다에 섰습니다
수많은 그물들 사이로,
뻘배를 타고 이리저리 지나다니시는 어르신의 모습에
발걸음을 멈춥니다.
어머니의 바다/차꽃 곽성숙
바다의 생명줄처럼
40년 어머니의 곁을 떠나지 못한 생명배가
이른 아침 햇살에 눈부십니다
널빤지로 만든 작은 탈 것,
널배는 어머니의 바다집입니다
길이 2미터, 폭 50센티 미터
자식을 키우기 위해 찬바람이 불면
참꼬막과 낙지를 잡는 작은 집,
널배는 어머니의 작은 고깃배,
왼쪽에 무릎똬리, 오른발은 뻘에 담고
한겨울 갯벌에서 꼬막을 캐십니다
한 다리는 바다를 밀고
한 다리는 지구의 중심을 잡습니다
널배는 가족의 밥줄이고 밥그릇입니다
널배는 서로를 지키는 애잔한 연인입니다
널배는 어머니의 끈끈한 동지입니다
-내가 이제 그만 두믄 저것이 울어댈거여.
널배, 저것이 말이여.
진흙이 바짝 마른 널배를
무릎 고장난 어머니의 거친 손바닥이
천천히 쓰다듬습니다.
연인의 눈물이 자란자란 출렁입니다.
어머니의 바다,
순천만 거차해변입니다.(2023년 12월 3일)
황금빛 아침 바다...
갈매기 날으는 바다...
그 너른 바다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우리의 아버지..
우리의 어머니...
차꽃 언니의 시 한 편에
모든 것이 담긴 듯하여
부연 설명이 더 필요없을 듯 하여,
사진만 올려봅니다.
이 너른 바다에
저 작은 뻘배 하나 의지하여...
아침 내내 뻘배를 따라 다니다보니,
눈에 보입니다.
물이 빠지면서 저 초록의 그물망 안에
고기들이 걸려 있으면
그걸 뻘배를 타고 나가서
하나씩 걷어 들이시는 일을 하시더군요.
바다로 나가셨던 부부가 돌아오셨네요
저 뻘배를 타고 나가 걷으신 고기가 많으신지
여쭤보기도 죄송하여
그저 위에서 살짝 사진 한 장 담고 옵니다.
뻘배가 사라진 갯펄에는
기중기가 해를 잡고 있는 아침입니다
노부부가 들어간 집 처마 아래는
시래기가 말라가고 있는 겨울 하루...
그 하루가,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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