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과 이웃한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
속 깊이 숨은 큰 절이 하나 있습니다.
등운산(騰雲山·524m) 고운사(孤雲寺)...
이름 그대로 풀이를 해보면,
구름을 오르는 산,
구름이 외로이 떠 있는 절집...
외로운 구름도 멈춰설 것 같은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2011년 5월 30일)
사진은 고운사 경내에 있는 연수전으로
눈에 띄는 전각입니다.
조선 왕실의 계보를 적은 어첩을 봉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불교 사찰 속으로 들어온 유교 건축양식의 독특한 예라 볼 수 있습니다.
고운사 일주문까지 3km 진입로에는 민가가 거의 없습니다.
그 길에서 여행자를 맞이해 준 것은 바로 은행나무~
가을에 은행나무 아름다울 길이 여기에 있군요.
수국 꽃 가득한 길가에 서서
은행나무 노랗게 물든 계절을 상상해 보는 여행자입니다.
길 한쪽에는 작은 연못 두개..
조금 있으면 연꽃이 가득하겠군요.
은행나무 노랗게 물든 계절은 아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길입니다.
등운산 고운사라 씌여진 산문 앞에 서 봅니다.
처음에는 이곳이 일주문인가? 하였는데,
나중에 보니 일주문은 따로 있더군요.
산문에서 일주문까지 황톳빛 고운 진입로를 지나
일주문 앞에서 호흡을 가다듬어 봅니다.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걸어보아도 좋겠더군요.
이날 일정이 빠듯한 여행자는 부득이하게 차로 달렸답니다.
고운사의 일주문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화려한 공포 아래 다듬지 않은 기둥과 지지대는
묘한 조화를 이루며 서 있습니다.
휘어도 부러지지 않는 고목...
어떤 경외심이 생기는군요.
일주문은 조계문이라는 편액을 걸고 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곧장 천왕문..
천왕문을 지나면 고불전..
말그대로 옛 불상을 모신 전각입니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고운사의 얼굴인 가운루입니다.
부용반개형상(연꽃이 반쯤 핀 형상)의 명당에 위치한 이 사찰은
본래 고운사(高雲寺)였으나
신라 말 불교·유교·도교에 모두 통달하여 신선이 되었다는 최치원 선생이
여지·여사 양대사와 함께 가운루(경북 유형문화재 제151호)와 우화루를 건축한 이후
그의 호인 고운(孤雲)을 빌어 고운사(孤雲寺)로 개명되었습니다.
최치원 선생이 건축하였다는 가운루의 모습입니다.
계곡을 가로질러 앉은 가운루의 누하(樓下) 기둥은
길이가 제각각입니다.
물길에 선 기둥은 긴 돌 초석 위에 서 있고,
나머지 기둥들도 계곡 바닥의 높낮이에 맞춰져 있습니다.
자연의 경외가 건축에 그대로 반영된 누각입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지금은 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아 예전의 아름다움을 머리속으로 그려 보아야 한다는 것~
가운루 내부로 들어가 봅니다.
가운루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가운루 내부에서 바라보면, 종각이 보이고..
그리고 최치원 선생이 건축하였다는 또 다른 전각인 우화루가 보입니다.
고운사라고 적힌 현판을 걸고 있는 전각이 우화루입니다.
가운루의 입지는 고운사의 가람배치를 이해하는 열쇠이기도 합니다.
본디 고운사의 경내에는 등운산을 사이에 두고 두 계곡이 흘러내립니다.
자연히 전각들은 산기슭에 바투 다가앉아 계곡의 흐름을 따라 배치되었습니다.
북동쪽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명부전·삼성각·연지암·연수전·고운대암·극락전·만덕당·무설전·열반당·대향각·세심헌·용왕각이 길게 흐르고,
동남쪽에서 흘러내리는 계곡 너머에 선방과 나한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대웅전과 약사전·아거각·적묵당이 등운산에 기대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1992년에 현재의 대웅전을 신축하면서
계곡을 복개하여 평지를 만드는 바람에 옛 모습은 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두 계곡의 합수지점에 선 가운루는 그대로이므로
그것을 기준 삼아 옛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가운루의 뒷모습과 우화루의 모습을 담아봅니다.
그리고 등운산에 기대앉은 대웅보전..
고운사의 초창은 681년(신문왕 원년) 의상 스님에 의해서입니다.
이후 헌강왕 대에 도선 스님이 약사여래불과 석탑을 안치했고,
수차의 중수를 거쳐 구한말에는 366칸의 대가람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고운사는 조계종 제16교구 본사입니다.
경상북도 의성·안동·영주·봉화·영풍의 5개군 54개 말사를 관장하는
조계종 본사 치고는 숨어 있다시피 한 절입니다.
여행자가 좋아하는 영주의 부석사 또한 이곳 고운사의 말사라는 것..
청량사나 각화사 등 유명 사찰을 둔 본사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절집입니다.
대웅전 안에서는 예불이 한창입니다.
스님들의 목탁 소리가 청아하게 울리는 대웅전 앞을 맴돌아 봅니다.
대웅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동쪽 산기슭에서 고운사 3층 석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탑은 고려시대 3층 석탑으로 높이는 3.33m
이중 기단 위에 3층 석탑을 올린 형식으로
기단부 석재 일부가 결실되었으며
아래 기단에는 각 면마다 모서리 기둥 2개와 안기둥 1개씩을 모각했으며
덮개돌은 부연과 괴임 두단을 각출하였습니다.
탑의 몸돌은 모두 모서리 기둥만을 본떠 새겼고
지붕돌은 제4지붕돌에서 4단 받침
제2, 제3지붕돌에서는 3단 받침을 각출하여
위로 올라가면서 간소화시키고 있습니다.
제3지붕돌 위에서는 네모난 형의 노반을 보존하고 있으며
아래 기단면석에 창 모양의 안상(眼像)을 새겼을 뿐
단조로운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3층 석탑 안내판에 나온 글을 옮겨보았는데,
뒷부분은 제대로 이해가 안되는군요.
3층 석탑 위에는 나한전과 선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한전 앞에서 바라본 고운사 경내..
다시 고운사 대웅보전쪽으로 내려옵니다.
마당한켠에 누군가의 소망들이 쌓여 있습니다.
그 뒤로 보이는 연수전과 연지암..
먼저 연수전을 둘러봅니다.
이 건물은 조선 영조 20년(1774년)에
왕실의 계보를 적은 어첩을 봉안하기 위하여 건립되었으며
1887년 극락전 등 다른 전각들과 함께 중수되었습니다.
연수전의 구조는 만세문 현판이 걸린 솟을 대문에
사방 담을 쌓고 가구식 기단에 겹처마 형식의 팔작지붕입니다.
독특한 단청의 색깔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임금의 장수를 기원하던 곳으로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건축형태와 벽화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함께 간 친구는 퇴락한 느낌이 난다고 하더군요.
현재의 건물은 1902년(광무 6년)에 고종이 새로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연수전에서 바라본 고운사 경내의 모습..
연수전은 평면 형태가 사찰의 여타 전각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으며
숭유억불시대에 사찰내에 배치된 왕실과 관계된 건물이라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고운사의 보물인 석조석가 여래좌상이 있는 약사전으로 향합니다.
이 불상은 높이 79cm
불상 받침인 대좌와 불상 뒤 원광인 광배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크지 않으며 코에 인중이 뚜렷하고
작은 입은 굳게 다물어져 있습니다.
아랫입술 중앙이 오목하게 파이고
턱은 살이 붙어 이중으로 되어 있습니다.
양쪽 귀도 얼굴에 비해서 작은 편이고
굵고 짧은 목에는 삼도(三道)가 뚜렷합니다.
치켜 올라간 어깨로 인해 목은 더욱 짧아 보이고
가슴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 불상은 솟아 오른 살에 불분명한 머리
짧은 두귀, 네모진 상체에 나란히 흘러내린 옷주름선 등은
9세기 불상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보물 246호라고 합니다.
약사전 반대편에 자리한 명부전..
명부전에서 바라본 고운사 경내
한국33관음 성지 중의 21성지..
지난번 영천 은해사에서 보았던 명찰이로군요.
이제 연수전과 함께 지었다는 극락전으로 향합니다.
단청의 빛깔이 연수전을 닮았습니다.
극락전에서 바라보면, 우화루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2층의 누각인데,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어쩐지 답답해 보이는군요.
우화루 옆의 만덕당..
만덕당 마루에 보면, 이곳에 앉아 산을 바라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앉아보면, 왜 그리 적어놓았는지 이해가 됩니다.
종무소 위로 바라보이는 산이 스님들의 바리를 엎어 놓은 듯..
일명 바리산입니다~
우화루 옆의 작은 길로 나오니
우화루 벽에 그려진 벽화를 만납니다.
호랑이와 청룡벽화..
그린 연대와 사연은 정확히 알수 없으나
자리를 어디로 옮겨보아도 벽화속의 호랑이 눈이 계속 따라다녀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돌리게 만듭니다.
마치 "누가 내 눈을 피할 수 있느냐!" 고 하는 듯..
후원을 향해 들어서는 문..
생긴 그대로의 나무를 이용해 만든 문이
여행자의 시선을 붙듭니다.
우화루의 옆모습과 가운루를 바라보며..
가운루 앞 다리를 지나오며
52세 이후 종적을 감췄다는 최치원을 떠올립니다.
가야산 해인사에 숨어 일생을 마쳤다 하기도하고,
신선이 되었다고 하기도 하는 이..
스님이여, 청산이 좋다고 말하지 마오
산이 좋다면서 무슨 일로 산을 떠나시는지
훗날 나의 종적 살펴보시길
한번 청산에 들면 다시는 나오지 않을지니
입산시로 불리우는 증산승이란 그의 시로 글을 마칩니다.
고운사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남안동ic - 5번국도에서 의성 대구방향으로 우회전 - 930번 국도를 타고가면 고운사
의성의 다른 볼거리를 보시려면 클릭하세요~
작약꽃 만발한 잃어버린 왕국에 서다-의성 조문국 유적지 http://blog.daum.net/sunny38/1177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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