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푹푹 빠지는 눈밭
그 한가운데 꽁꽁 언 명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겨울날 강원도 인제 용대리를 지나갈 때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풍경이지요.
한데 눈은 쌓여있고 함박눈까지 내려주니
이곳을 그냥 지나치기는 더 어려울 수 밖에요. ㅎ
눈과 바람과 추위가 만들어내는 귀한 풍경을 만납니다.
눈내리는 인제 용대리 황태덕장입니다. (2014년 2월 10일)
꽁꽁 언 명태가 주렁주렁 매달려
설악의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는 풍경입니다.
눈과 바람과 추위 속에서 4달 동안을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한다고 하지요.
긴 기다림입니다.
강원도 인제 용대리
설악의 한계령을 넘어오니 도로위에는 눈이 보이지 않더군요.
오색과는 다른 세상..
하지만 논과 밭에는 지난 며칠간 내린 눈이 허리높이로 쌓여 있습니다.
키 큰 옥수수 줄기가 모두 눈에 파묻히고
이만큼만 밖으로 나와 있습니다.
눈밭을 헤치고 나아가 황태덕장으로 가봅니다.
먼 바다에서 잡힌 명태가 차곡차곡 내걸리고
설악의 골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이렇게 덕장에 내걸린 명태는 넉 달 동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노란 황태로 거듭나게 되지요.
명태는 살이 두꺼워 영하 7-8도에도 얼지 않는다고 합니다.
영하 15도는 넘어야 하고 더 추우면 좋다고 하는데
이번 겨울 비교적 따스했다고 하는데
이곳 인제는 어떠했는지 모르겠네요
명태 입에 눈이 들어가면 속살이 부드러워지면서
맛이 더욱 담백해진다고 하네요
긴 기다림...
추울수록 더 좋은 맛이 난다는 황태..
추위와 눈이 반가운 곳이로군요
얼었다 녹았다..
겨우내 반복하며 4월까지 천천히 말라야 한다고 하네요
생태, 동태, 북어, 백태, 흑태, 깡태…
명태의 다른 이름들이지요.
날이 너무 추우면 색이 하얗게 변해 백태가 되고,
따뜻하면 검은 먹태(찐태)가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황태의 맛은 하늘이 내린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콧속이 쩍쩍 달라붙는 추위가 석 달간 매섭게 몰아쳐야 질 좋은 황태가 나온다는데..
황태가 밥상에 오르기까지 긴 여정을 거쳐야 합니다.
'황태가 밥상에 오르려면 서른 세 번 손이 가야 한다' 고 합니다.
하늘도 따라줘야 하지만
명태 배를 갈라, 꽁꽁 언 손 털어가며 덕장에 널고 거둬들이고
수많은 손길이 거쳐가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덕장 위로 눈이 펄펄 내리고
여행자는 황태덕장 근처를 하염없이 서성입니다.
덕장을 둘러보고 눈 내리는 옥수수 밭을 지나..
하얀 눈 위에 긴 그림자
그 그림자에 눈맞춤도 하구요
눈 쌓인 풍경이 다시 발길을 붙듭니다.
갖가지 모양의 바위들이 서 있는 듯 느껴집니다.
눈은 여전히 펄펄 내리고..
돌아서는 여행자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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